작성일 : 11-01-05 09:41
매일신문 칼럼 2010. 11. 23. [3040 광장] 기부는 기브(GIVE)다
 글쓴이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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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 광장] 기부는 기브(GIVE)다
어느덧 올 한 해도 연말연시를 향해 가고 있다. 해마다 연말연시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고 한 해의 마무리와 새로운 한 해의 힘찬 출발을 기원하는 각종 모임이나 자리도 많아지지만 각종 단체에서 하는 기부 행사도 많아진다. 작은 정성을 모아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는 뜻 깊은 기부 행렬에 어느덧 우리 사회도 한껏 따뜻해지곤 한다.

그런데 최근 기부금과 관련한 한 단체의 비리로 인해 세상이 떠들썩하다. 사실 관계의 진위를 엄격히 수사하여 그에 따른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비록 적은 금액일지는 모르나 기부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중한 정성이 단 한 푼이라도 허투루 쓰이는 것은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는 그 돈은 물론 그 사람의 정성을 배반한 것이고 복지 단체에 대한 사회의 신뢰를 저버린 것이기 때문에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본보기를 보이기 위해서라도 일벌백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문제는 혹여나 이러한 언론의 보도로 인해 올해도 어김없이 기부를 통해 작은 나눔을 실천하고자 계획하고 있던 사람들의 기부의 손길이 줄어들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다. 기부자의 입장에서는 내 돈이나 정성이 꼭 필요한 곳에 소중하게 사용되리라는 기대와 신뢰를 가지고 기부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 소중한 돈이나 정성이 사회의 어두운 곳이나 힘없는 자가 아닌 복지 단체의 임직원 술값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배신감과 불신으로 인해 다시는 기부라는 것을 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이러한 분위기가 팽배해진다면 우리 사회의 따뜻한 정과 함께 나누는 미덕은 점차 사라질지도 모르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수많은 독지가들과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이웃과 함께 나눌 줄 아는 시민들의 보이지 않는 작은 손들에 의해 따스함과 빛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필자가 한 의료인을 만나 들은 이야기가 다시 떠오른다. 그가 일하는 병원에 평소에는 전혀 표현하지도 않고 그저 묵묵히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 있었는데 크리스마스 무렵에 그의 차에 많은 선물과 케이크가 실려 있는 것을 보고는 그 사연을 물어본즉, 그 직원은 틈만 나면 중증 장애를 앓고 있는 보육원에 가서 봉사를 한다는 것이었다. 표 나지도 않고 남들도 힘들어하는 봉사활동을 그저 묵묵히 하고 있던 그 직원을 보고는 너무나 감동하여 병원에서 단체로 그곳으로 가 빨래청소 등 봉사활동을 해 주고 몸은 피곤했지만 굉장한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물론 그 직원에 대한 신뢰가 더욱 커지게 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렇듯 많은 분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각종 봉사와 기부를 실천하고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이 문제가 된 단체의 몰지각한 임직원들의 행동으로 인해 순수한 마음에 상처를 입고 그로 인해 기부에서 멀어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설사 위와 같은 일이 일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우리의 기부로 인해 세상이 얼마나 따뜻해졌는지, 또 앞으로 얼마나 더 살기 좋은 사회가 될 것인지를 생각해 본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부 행렬이 멈춰져서는 안 될 것이다.

더불어 차제에 기부금 모금 단체나 집행 단체에 대한 국가나 지자체는 물론이고 사회 구성원들의 자체적인 감시 방안과 제도에 대해서도 연구해 도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리의 소중한 기부금이 새어나가는 일도 막아야겠지만 그로 인해 기부금 단체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하는 것이 시민의 신뢰를 얻는 길이고 그것이 결국 시민들의 자발적인 기부를 이끌어내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 스스로의 마음가짐도 다져볼 필요가 있다. 기부는 주고받는(GIVE AND TAKE) 것이 아니다. 기부는 그저 주는(GIVE) 것이다. 기부자의 순수한 마음으로 인해 그 기부는 더욱 빛이 나고 아름다워질 수 있다. 가끔 매스컴에 나오는 김밥 할머니의 전 재산 기부나 이름을 밝히지 않은 독지가의 기부가 더욱 아름답게만 느껴지는 것은 그분들의 순수한 마음 때문이 아닐까? 부디 이번 사건이 기부 문화에 찬물을 끼얹는 사례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박준혁(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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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11월 23일 -

출처:매일신문<http://www.imaeil.com/sub_news/sub_news_view.php?news_id=47415&yy=2010>